65. Not knowing is a thousand times more horrible than facing your fear.
203. The space between you is the difference between life and death. Does he see you as a prey animal? Or does he see you as something that can injure him as he comes after you? If you can put that doubt in his mind, chances are, he will leave you be.
233. What looks cruel and heartless from one angle, might from another, actually be the only way to protect your family.
236. This is just my way of pointing out that we people who leap without looking are not stupid. We know damn well we might be headed for a fall. But we also know that sometimes, it's the only way out.
262. There are no fairy tales in the wild, no cinderella stories. The lowly wolf that seems to rise to the top of the pack was really an alpha all along.
333. The highest ranking wolf in the pack isn't the one that uses brute force. It's the one who can, and chooses not to.
437. I wonder if what makes a family a family isn't doing everything right all the time, but instead, giving a second chance to the people you love who do things wrong.
502. You know what the difference is between a dream and a goal? A plan.
Sunday, June 8, 2014
Monday, April 14, 2014
위지안 -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2014. 4. 13
13. 시곗바늘은 늘 하던 일을 하는 것뿐이겠지만, 초침이 딱 한 칸 움직이는 그사이에 '끝'이 '처음'으로 변하는 건 1년에 단 한 번뿐이지 않은가. 그래, 영원한 '끝'은 없다. 끝이라 여기는 순간, 뒷면에 있던 시작이 다시 앞으로 온다. 앞뒤가 번갈아 도는 것처럼 시작과 끝도 영원히 번갈아 돈다. 참 고마운 회전이다.
16. 우리는 뭔가를 잡기 위해서는 아주 먼 곳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믿으며, 십중팔구 그런 믿음이란 것이 '턱도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끝끝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혹은 모든 게 끝난 뒤에야 그보다 훨씬 값진 일을 지나쳐버렸음을 후회하곤 한다.
33. 사람은 갑작스럽게 큰 고통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된다는 것을.
42.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잡아보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라는 것을.
44. 블로그에 올린 생일 단상에서 나는 '서른 살이 여자에게 가장 좋은 시절이 아닐까 싶다'고 써놓았다. 그런대로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세상사와 사람들에 대한 통찰력도 생겨 가장 조화롭고 풍성한 시기라는 뜻에서였다. 튤립꽃처럼 풍성한 여자 나이 서른.
45. 정상을 향해 돌진하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면서 주변의 꽃과 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숲의 향기와 산들바람에 취해 잠시 멈춰 서는 일도 일어났다. 경쟁자로 여기던 사람들이 앞서 갔는지, 아니면 뒤에서 추격해오고 있는지 따위에 구애받지 않게 되었다. 피곤하면 어디든 앉아 쉬고 가는 게 인생이라는 지혜를 조금은 깨달은 것도 같은 나이 서른.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보낼 줄도 아는 나이.
스무 살 때는 스스로를 아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직 나만 사랑했다. 그러나 서른 즈음에는, 자신을 아낀다는 것이 값비싼 화장품 하나 사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스스로를 아끼는 방법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일단 베풀기 시작하면 자기 마음에서 흘러 넘치는 큰 사랑이 끊임없이 이어져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니까.
47. 불리불기: 헤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
49. 이제야 '나는 잘 모르겠어'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큰 자유를 가져다 주는지 알 것 같다. 병원에 누워 또 한걸음 나아간 나의 각성. '맞아. 좀 더 여유롭고 평화로워지기 위해서는 삶의 곳곳에 빈틈이 있어야 하는 거야.'
운명은 내 맘대로 바꿀 수 없지만 운명에 대한 나의 자세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
58. 나는 내 꿈을 이루고 나면 사랑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질 거라 여겼었다. 그러나 새싹이 자라 나무가 되기까지는 엄마 품 같은 햇빛이 늘 필요한 거였다. 내가 틀렸다.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65. 맞아, 유쾌하게. 마지막 그날까지 내 삶을 즐기는 거야. 남들이 뭐라고 하든.
66. 특히 엄마는 내가 줄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당신 딸 위지안은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73. 정성이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매일 지속되는 사소함에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74. 나는 남편 맥도널드를 사랑했지만 왜 사랑했는지, 또 어떤 형태의 사랑인지는 굳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갓 사랑을 시작했을 때에도 대단히 열렬하지 않았고, 지나치게 단조롭지도 않았다.
둘이 만나 인생을 같이 걸어가려면 사랑이 너무 적어도, 넘쳐도 좋지 않은 거야. 사랑이 적으면 '함께'라는 의미가 무색해지고, 사랑이 넘치면 자아를 잃을 숟 있기 때문이지.
사랑하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눈에 보이지 않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 그건 위험한 거야. 심하ㅔㄱ 의존하고 있는 거니까. 바람직한 사랑 혹은 결혼이란, 모든 중심을 상대에게 두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중심을 잃지 않게 서로 균형을 잡아주는 거야.
78. 불같은 사랑도 좋지. 그렇지만 잔잔한 사랑도 괜찮을 것 같아. 서로 균형을 잡으면서 오래갈 수 있으니까.
86. 중요한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인생이라는 차가운 벌판 위에서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존재, 그런 사람인가 하는 점.
91. 인생이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살기엔 너무 소중하고, 출세만을 위해 살기에는 너무 값지다. 혼자 깨어 있는 적막한 시간에 마음 깊은 곳에서 영혼의 갈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뜻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참 좋은 인생일 것이다.
92. 개인의 가치와 공동의 사회적 가치가 합쳐진 삶이야말로 진정 '멋진 인생'이며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을 만큼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개인적 목적)와 이 지구라는 행성에 어떤 도움을 주기 위해 왔는지 (사회적 목적)가 온전하게 결합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각성이 아닐까 싶다.
자기 삶의 궤적이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바람직한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이 세상을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리라.
96. 노르웨이 유학 중에는 끔찍할 정도로 그가 보고 싶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가 궁금했고,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다. 한밤중에 그의 전화를 받을 때면 눈물부터 흐르기 시작해서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 함께 지내기 시작하자 일주일도 채 안 되어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냥 익숙하고 편한 상태로 함께 살아가는 정도랄까. 약간은 심심하고 또 약간은 지루한 듯 상대방이 하는 일을 존중해가며 평범하게 살아갔다.
99.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면, 그것은 상대가 아닌, 자기 스스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 문득 든다. 정말 사랑이라면 그걸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즐겁게 마음으로 전해지게 되는 것이니까.
101.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눈앞에서 조용히 지나가지만 우리는 그 어떤 수단을 써도 그것을 잡을 수 없다.
105. 여행을 떠나기에 적합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금 나는 침대에 누워 창밖의 먼 길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다면 길이 끝나는 곳까지 쉬엄쉬엄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나보다 더 긴 시간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고. 시간이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라고.
111. 우리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몸이 있기 때문이다. 땀 흘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성취감까지 만끽할 수 있게 해준 나의 몸에 지금 뒤늦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 고된 추억이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추억이란 게 왜 그렇게 소중한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게 되면 누구나 아껴둔 식량처럼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 하나씩 하나씩 음미하게 된다. 그런 음미를 통해 추억의 의미를 재해석 하고 삶의 또 다른 지혜를 얻는 것이다.
나중에 더 많은 미소를 짓고 싶다면 지금 삶의 매 순간을 가득가득 채우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든.
125. 불안과 두려움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다. 인생은 본질적으로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이나 두려움은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말 어른이 된 사람들은 자신의 그런 감정을 창피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두려움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132. '최고'는 마음에서 다르다. 언제나 혼을 불어넣는 건, 상대를 위해주는 마음이니까. 결정적인 차이는 그 지점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140. 불안과 두려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머리를 똑바로 쳐들고 당당히 맞서면 생각했던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
145.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위해 마음을 다하고 있다. 내 인생에는 그저 '살아 있음'이라는 목표만 남았다. 이렇게 명확하고 단순한 목표가 또 어디 있을까? 예전에 나를 움직였던 동력들은 모두 성공과 집착에 따른 것들이었다. 병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그런 가치들을 좇아 부산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맙게도 (!) 암으로 인해 그런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단순해졌다. 그리고 너무도 쉽게 삶이 즐거워졌다. 나는 내 몫의 하루하루를 그저 열심히 살면 그만이다. 돈? 명예? 권련? 그런 것들은 다 갖기도 어렵고, 설령 모두 가졌다 해도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동안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수많은 '오늘'을 희생하며 살았다. 저당 잡혔던 그 무수한 '오늘'들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이제 나는 오늘 하루에 모든 것을 바친다.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제 알 것 같다. 나는 남보다 더 즐거워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살아갈 날들이 많지 않을 테니까.
153. 인생이란 늘 이를 악물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보다는, 좀 늦더라도 착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걷는 사람에게 지름길을 열어주는지도 모른다.
157. 한 명의 은인이 나의 운명을 바꿔주는 것처럼, 한 권의 책도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은인을 만나는 것이 상당 부분 하늘의 도움인 데 비해, 책은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아닐까.
162. 하늘은 매일같이 이 아름다운 것들을 내게 주었지만 정작 나는 그 축복을 못 받고 있었다. 선물을 받으려면 두 손을 펼쳐야 하는데 내 손은 늘 뭔가를 꽉 쥐고 있었으니.
175. 어쩌면 병이란, 우리가 평생 살아도 깨닫지 못할 그런 사랑을 일깨워주기 위한 가장 극단적인 처방일지도 모른다.
187. 눈앞의 어려움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대처 방법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한사코 포기하거나 회피하려고 한다면 시련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반면 그것을 온전히 치러야 할 삶의 대가로 받아들인다면, 시련이 아니라 일종의 시험이 된다.
190.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삶의 시간이 멈추는 것보다 내가 받은 사랑을 다 갚지 못할까봐, 그게 더 두렵다. 세상에 빚을 지고 싶지 않다. 사랑만 남겨두고 싶다.
195. 생각해보면, 기적은 꽤나 가까이에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대단한 것만을 기대하기 때문에 기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기적이 그 다음의 기적을 불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202. 세상에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기억을 떠올려보라. 그 많은 손길들이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그 많은 눈들이 슬픔 아닌 다른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 많은 이야기들이 허전했던 가슴을 채워줄 것이다.
207. 상상도 못할 아픔과 바닥이 없는 공포, 여기에 목숨을 거는 모성(임신에서 출산까지의 모든 과정이 위험천만이다)으로 인해 당신은 비로소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의 드라마가 아닐까.
그런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며 태어났으니, 우리는 모두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222. 먼 훗날 내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떠올릴 때면, '최선을 다해 남겨진 시간을 즐겁고 활기차게 살았다'고 고개를 끄덕여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234. 운명이 나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간다 해도, 결코 빼앗지 못할 단 한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선택의 권리'일 것이다.
278. 사람이 잘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에 씨앗을 심는 일인 것 같다. 어떤 씨앗은 내가 심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뒤에도 쑥쑥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 되기도 한다.
16. 우리는 뭔가를 잡기 위해서는 아주 먼 곳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믿으며, 십중팔구 그런 믿음이란 것이 '턱도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끝끝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혹은 모든 게 끝난 뒤에야 그보다 훨씬 값진 일을 지나쳐버렸음을 후회하곤 한다.
33. 사람은 갑작스럽게 큰 고통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된다는 것을.
42.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잡아보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라는 것을.
44. 블로그에 올린 생일 단상에서 나는 '서른 살이 여자에게 가장 좋은 시절이 아닐까 싶다'고 써놓았다. 그런대로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세상사와 사람들에 대한 통찰력도 생겨 가장 조화롭고 풍성한 시기라는 뜻에서였다. 튤립꽃처럼 풍성한 여자 나이 서른.
45. 정상을 향해 돌진하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면서 주변의 꽃과 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숲의 향기와 산들바람에 취해 잠시 멈춰 서는 일도 일어났다. 경쟁자로 여기던 사람들이 앞서 갔는지, 아니면 뒤에서 추격해오고 있는지 따위에 구애받지 않게 되었다. 피곤하면 어디든 앉아 쉬고 가는 게 인생이라는 지혜를 조금은 깨달은 것도 같은 나이 서른.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보낼 줄도 아는 나이.
스무 살 때는 스스로를 아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직 나만 사랑했다. 그러나 서른 즈음에는, 자신을 아낀다는 것이 값비싼 화장품 하나 사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스스로를 아끼는 방법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일단 베풀기 시작하면 자기 마음에서 흘러 넘치는 큰 사랑이 끊임없이 이어져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니까.
47. 불리불기: 헤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
49. 이제야 '나는 잘 모르겠어'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큰 자유를 가져다 주는지 알 것 같다. 병원에 누워 또 한걸음 나아간 나의 각성. '맞아. 좀 더 여유롭고 평화로워지기 위해서는 삶의 곳곳에 빈틈이 있어야 하는 거야.'
운명은 내 맘대로 바꿀 수 없지만 운명에 대한 나의 자세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
58. 나는 내 꿈을 이루고 나면 사랑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질 거라 여겼었다. 그러나 새싹이 자라 나무가 되기까지는 엄마 품 같은 햇빛이 늘 필요한 거였다. 내가 틀렸다.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65. 맞아, 유쾌하게. 마지막 그날까지 내 삶을 즐기는 거야. 남들이 뭐라고 하든.
66. 특히 엄마는 내가 줄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당신 딸 위지안은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73. 정성이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매일 지속되는 사소함에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74. 나는 남편 맥도널드를 사랑했지만 왜 사랑했는지, 또 어떤 형태의 사랑인지는 굳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갓 사랑을 시작했을 때에도 대단히 열렬하지 않았고, 지나치게 단조롭지도 않았다.
둘이 만나 인생을 같이 걸어가려면 사랑이 너무 적어도, 넘쳐도 좋지 않은 거야. 사랑이 적으면 '함께'라는 의미가 무색해지고, 사랑이 넘치면 자아를 잃을 숟 있기 때문이지.
사랑하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눈에 보이지 않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 그건 위험한 거야. 심하ㅔㄱ 의존하고 있는 거니까. 바람직한 사랑 혹은 결혼이란, 모든 중심을 상대에게 두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중심을 잃지 않게 서로 균형을 잡아주는 거야.
78. 불같은 사랑도 좋지. 그렇지만 잔잔한 사랑도 괜찮을 것 같아. 서로 균형을 잡으면서 오래갈 수 있으니까.
86. 중요한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인생이라는 차가운 벌판 위에서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존재, 그런 사람인가 하는 점.
91. 인생이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살기엔 너무 소중하고, 출세만을 위해 살기에는 너무 값지다. 혼자 깨어 있는 적막한 시간에 마음 깊은 곳에서 영혼의 갈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뜻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참 좋은 인생일 것이다.
92. 개인의 가치와 공동의 사회적 가치가 합쳐진 삶이야말로 진정 '멋진 인생'이며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을 만큼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개인적 목적)와 이 지구라는 행성에 어떤 도움을 주기 위해 왔는지 (사회적 목적)가 온전하게 결합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각성이 아닐까 싶다.
자기 삶의 궤적이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바람직한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이 세상을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리라.
96. 노르웨이 유학 중에는 끔찍할 정도로 그가 보고 싶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가 궁금했고,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다. 한밤중에 그의 전화를 받을 때면 눈물부터 흐르기 시작해서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 함께 지내기 시작하자 일주일도 채 안 되어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냥 익숙하고 편한 상태로 함께 살아가는 정도랄까. 약간은 심심하고 또 약간은 지루한 듯 상대방이 하는 일을 존중해가며 평범하게 살아갔다.
99.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면, 그것은 상대가 아닌, 자기 스스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 문득 든다. 정말 사랑이라면 그걸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즐겁게 마음으로 전해지게 되는 것이니까.
101.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눈앞에서 조용히 지나가지만 우리는 그 어떤 수단을 써도 그것을 잡을 수 없다.
105. 여행을 떠나기에 적합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금 나는 침대에 누워 창밖의 먼 길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다면 길이 끝나는 곳까지 쉬엄쉬엄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나보다 더 긴 시간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고. 시간이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라고.
111. 우리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몸이 있기 때문이다. 땀 흘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성취감까지 만끽할 수 있게 해준 나의 몸에 지금 뒤늦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 고된 추억이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추억이란 게 왜 그렇게 소중한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게 되면 누구나 아껴둔 식량처럼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 하나씩 하나씩 음미하게 된다. 그런 음미를 통해 추억의 의미를 재해석 하고 삶의 또 다른 지혜를 얻는 것이다.
나중에 더 많은 미소를 짓고 싶다면 지금 삶의 매 순간을 가득가득 채우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든.
125. 불안과 두려움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다. 인생은 본질적으로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이나 두려움은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말 어른이 된 사람들은 자신의 그런 감정을 창피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두려움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132. '최고'는 마음에서 다르다. 언제나 혼을 불어넣는 건, 상대를 위해주는 마음이니까. 결정적인 차이는 그 지점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140. 불안과 두려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머리를 똑바로 쳐들고 당당히 맞서면 생각했던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
145.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위해 마음을 다하고 있다. 내 인생에는 그저 '살아 있음'이라는 목표만 남았다. 이렇게 명확하고 단순한 목표가 또 어디 있을까? 예전에 나를 움직였던 동력들은 모두 성공과 집착에 따른 것들이었다. 병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그런 가치들을 좇아 부산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맙게도 (!) 암으로 인해 그런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단순해졌다. 그리고 너무도 쉽게 삶이 즐거워졌다. 나는 내 몫의 하루하루를 그저 열심히 살면 그만이다. 돈? 명예? 권련? 그런 것들은 다 갖기도 어렵고, 설령 모두 가졌다 해도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동안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수많은 '오늘'을 희생하며 살았다. 저당 잡혔던 그 무수한 '오늘'들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이제 나는 오늘 하루에 모든 것을 바친다.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제 알 것 같다. 나는 남보다 더 즐거워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살아갈 날들이 많지 않을 테니까.
153. 인생이란 늘 이를 악물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보다는, 좀 늦더라도 착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걷는 사람에게 지름길을 열어주는지도 모른다.
157. 한 명의 은인이 나의 운명을 바꿔주는 것처럼, 한 권의 책도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은인을 만나는 것이 상당 부분 하늘의 도움인 데 비해, 책은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아닐까.
162. 하늘은 매일같이 이 아름다운 것들을 내게 주었지만 정작 나는 그 축복을 못 받고 있었다. 선물을 받으려면 두 손을 펼쳐야 하는데 내 손은 늘 뭔가를 꽉 쥐고 있었으니.
175. 어쩌면 병이란, 우리가 평생 살아도 깨닫지 못할 그런 사랑을 일깨워주기 위한 가장 극단적인 처방일지도 모른다.
187. 눈앞의 어려움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대처 방법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한사코 포기하거나 회피하려고 한다면 시련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반면 그것을 온전히 치러야 할 삶의 대가로 받아들인다면, 시련이 아니라 일종의 시험이 된다.
190.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삶의 시간이 멈추는 것보다 내가 받은 사랑을 다 갚지 못할까봐, 그게 더 두렵다. 세상에 빚을 지고 싶지 않다. 사랑만 남겨두고 싶다.
195. 생각해보면, 기적은 꽤나 가까이에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대단한 것만을 기대하기 때문에 기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기적이 그 다음의 기적을 불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202. 세상에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기억을 떠올려보라. 그 많은 손길들이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그 많은 눈들이 슬픔 아닌 다른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 많은 이야기들이 허전했던 가슴을 채워줄 것이다.
207. 상상도 못할 아픔과 바닥이 없는 공포, 여기에 목숨을 거는 모성(임신에서 출산까지의 모든 과정이 위험천만이다)으로 인해 당신은 비로소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의 드라마가 아닐까.
그런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며 태어났으니, 우리는 모두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222. 먼 훗날 내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떠올릴 때면, '최선을 다해 남겨진 시간을 즐겁고 활기차게 살았다'고 고개를 끄덕여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234. 운명이 나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간다 해도, 결코 빼앗지 못할 단 한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선택의 권리'일 것이다.
278. 사람이 잘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에 씨앗을 심는 일인 것 같다. 어떤 씨앗은 내가 심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뒤에도 쑥쑥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 되기도 한다.
Thursday, January 2, 2014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하는 사랑: 2014. 1. 2
18.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 연애이고, 사랑이란 그 반대로 자신의 모습이 또렷이 보이는 상태.
아마도 연애를 하면 냉정함을 잃어버리고 마는 그런 느낌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19. 즉, 연애란 자기를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멀어버리는 현상입니다. 잘 안다는 것이 전혀 모른다는 것과 비슷하듯...
28. 지난번에 어떤 여성지의 인터뷰에서 연애는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나는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남자를 원합니다. 그 남자, 그 사람을 좋아하죠. 그래서 그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관찰자로서 연애를 좋아하는 것이고, 실천적으로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41. 공허함에 빠진 사람은 그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가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나는 미래에 희망을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두렵고 불안한 나날들이었습니다.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어떤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자고.
42. 미래를 믿지 않고 늘 영원한 현재만을 바라보며 살아가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사랑에 대한 경험이나 동경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벼락이 치는 듯한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연애로 살아가는 길에 더 이끌렸던 것입니다.
44. 성격이 다르다고 결혼 못할 것도 없습니다. 인간이란 제각기 성격이 다르지 않습니까. 성격이 다른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이혼의 진짜 이유는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이나 연정이 현실 생활에 밀려 없어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46. 연애를 하려면 겨울 하늘에서 작열하는 불꽃처럼 격렬하면서도 찰나적인 것이 가장 좋고, 사랑은 무상의 사랑이 가장 좋습니다. 연애에는 어딘지 모르게 이해타산의 감정이 깔려 있기에 더욱이 한번 불이 붙었다 하면 높고 찬란하게 활활 타오를 수 있지만, 무상의 사랑에는 이해타산 같은 불순물이 없는 만큼 어떤 고난과 고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해타산으로 사랑을 가늠한다면 참 고단한 일이겠지요.
47. 연애는 입구로 들어가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규칙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애를 시작하면서 모든 사람이 공통 개념에 사로잡혀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그 개념에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일 아닐까요. 그런 공통 개념 같은 것은 하나도 없잖아요. 질서도 규칙도 자기와 상대 사이에만 있는 거잖아요.
50. '외톨이'라고 혹은 '나 스스로 해야지.' 하고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실제로는 모두들 혼자예요. 그래서 어쩔 줄 모르죠, 그 어쩔 줄 모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자기 의지로 나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거기서 중요한 것은 추상적인 정보를 근거로 행동할 것인가, 스스로 결정하여 행동할 것인가입니다. 그 길에 레일은 없어요.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어쩔 줄 모르게 되지만 '저 쪽이 앞' 이라는 믿음이 어디서 온 거지? 란 물음을 끝까지 놓고 싶지 않아요, 난.
52. 어른이 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른이 된다'고 말할 때 그건 황무지에 서는 것을 의미해요. 황무지에 서 있으면 다른 사람과 비교할 거리가 없지요. 그럼 불행도 없고요. 그래서 어른이 된 나는 이렇게 태평하게 있을 수 있는 거예요.
53. 그 무렵 2년제 대학을 졸업한 나는 다니고 싶은 회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정말 어째야 좋을지 몰랐죠. 다들 어떻게 회사를 정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어요. 회사에 들어가 뭘 할지도 모르면서 왜 다들 회사에 들어가는지 의문이었죠.
68. '아니에요, 당신은 자유예요.' 라고 말하는 것을 고상하다 여기지 않아요. 당연하잖아요. '나는 이렇게 당신을 사랑한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당신이 내 곁에 없어도 괜찮다. 어디에 있든 당신을 사랑한다.' 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솔직하게 사실대로 말하자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지요. 물론 부담이 되고 싶지도 않고 그 사람이 그 사람답게 있어 주는 것이 고맙죠.
하지만 싫어요, 다른 사람을 보거나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싫어요. '우리는 이미 만났으니까, 다른 사람은 보지 말아요.' 라고 말하고 싶어요. 안 그래요? 그렇게 바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연애의 미덕이잖아요.
69. 사랑함에 준다는 것과 빼앗는다는 것은 동의어가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사랑이란 폭력적이죠. 무언가를 바라는 편이 겸허하고 친절한 것 아닐까 라고도 생각해요. 바랄 수 있으면 상대는 그에 대답하든지 안핟느지 선택할 수 있지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랑에 빠졌다면 상대방은 어떻게도 할 수 없어요. 그야말로 극단적인 폭력이죠. 보상이 없는 무상의 사랑 따위, 나는 전혀 고상하게 여기지 않아요.
75.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안녕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 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 돼
죽을 만큼 사랑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이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안녕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85. '사랑이 점점 정으로 바뀌는 법이지.' 또는 '새삼스럽게 무슨 사랑.' '남세스럽다.' 면서 사랑없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경우 물론 평화로운 정의 나날일 수는 있겠지만 사랑을 잃은 대신 얻은 정이라 생각하면 너무 서글프잖아요.
내가 싫은 것은 그것을 '종착점'으로 삼는 풍조. 앞에서 황무지에 대해 얘기했는데 질서가 있고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연애에서 시작해 사랑을 키우고, 정으로 바뀌고... 그러다 보면 '사랑 없는 정'을 종착점으로 여기게 되잖아요. 사랑이 없다 또는 사랑이 식었다고 해서 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그것이 종착점이라고 정해진 것도 아니잖아요? 조그만 소리로 투덜거리는 거예요, 난. 사랑이 성숙한다느니, 안정을 얻어간다느니, 그런 것 자체가 아무 근거도 없는데 말이에요.
103. 세상은 넓고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운명적인 만남이란 것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카나리아가 발견한 한 장의 광고지 속에 모든 것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카나리아를 찾습니다."
106. 어떤 사람이든, 어떤 연애든, 어떤 상황이든, 온 세계와 온 우주에 비교한다면 새장입니다. 하지만, 나올 필요가 없어요, 거기에 모든 것이 있으니까. 그것이 바로 연애의 본질. 그 장소에서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 연애이고, 어떤 사람이 지금까지 전 인생을 바쳐 쌓아온 세계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이 연애입니다.
109. 문제는 지배당하는 데 만족하는 사람이죠. 즉 지배당하는 것 자체를 기분 좋게 생각하고, 조용히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좀... 나만의 존재가 되어 주기를 원하기에 속박하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속박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싫습니다. 세상에 이런 모순이! 속박당하고 있을 때도, 늘 속박에서 벗어나 은밀히 자유롭고 싶어하는 사람이 좋습니다. 이 '은밀히'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골적으로 '나는 자유롭고 싶어.'하고 말하면 멋이 없지 않습니까. 어느 날 문득 어디론가 가버릴 것처럼 아슬아슬해 보이면서도 일부로 속박을 즐거워하는 척 가장하는 '교활한' 여자가 좋습니다.
110. 이런 구제할 길 없는 남자를 멋지게 조종할 수 있는 여자에게 나는 동경과 매력을 느낍니다. 잘난 척하는 남자를 잘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늘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상대가 가진 이기주의의 힘을 이용하여 가능한 한 유리한 게임을 진행시킬 정도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아껴가면서 드러내야 합니다. 다만, 절실한 순간에 그것을 드러내는 거지요. 그런 여자 앞이만 난 이미 끝장이라고 해야겠지요.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14. 누군가의 여자란 자각은 속박당하고 있다는 자각일 수도 있지요. 그의 소유물이란 믿음. 그 사람의 일부, 그 사람 것이고 싶으니까. 이런 긍정적인 속박도 있어요. 사전적인 뜻에는 갇힌다, 묶인다는 부정적인 면밖에 없지만 긍정적으로 풀이하면 그 사람의 품안에 있다, 그사람의 영향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다는 뜻이니까, 바라 마지않는 일이죠.
122. 꽃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한 순간입니다. 자신의 청춘을 그런 꽃과 똑같이 생각하고, 이미 꽃은 저버렸으니 이제 늙어갈 따름이라고 체념해 버립니다. 이 체념이 위험한 것입니다.
인간은 꽃이 아닙니다. 젊음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이 아니면 아름다울 수 없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왜 꽃이 아닌 돌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을까요. 갈면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흑요석이나 수정, 다이아몬드에 자신의 모습을 비유해 보지 않을까요.
123. 그 할머니는 명랑하고 낙천적이며 싹싹한 성격을 가졌고 아직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마지막 순간까지 인생을 버리지 않으면 저절로 아름다워지고 사랑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을 배우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사랑을 해왔는가.'라는 과정이야 말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125. 나는 몇 살까지는 살고 싶지만 당장 죽어도 상관은 없어요. 당장 죽어도 좋고, 오래오래 살아도 좋고.
128. '보이고 싶은 자기'란 연기거나 연출이어도 상관없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보이는 모습은 즉 그가 내게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이라고 이해하니까. 뭐 그런 모습을 내가 좋아하니까 사랑에 빠지는 것이죠.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표출한 것을 좋다고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나는 그것들을 믿어요. 설령 그것이 가장된 모습이었다 해도 그가 나를 위해 만들어 낸 모습이니까 상관없어요. 내게 진실은 어디까지나 하나니까.
143. 에너지는 소비하지 않으면 축적되지 않는다. ...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마냥 쉬고만 있어 봐야 회복되지 않는다.
성가시고 귀찮아도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나가지 않으면 에너지는 얻을 수 없어요. 연애를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죠, 그런데 연애는 하면 할수록 새로운 에너지를 생산해요.
194. '나는, 인간이 가장 사랑을 느끼는 때는 사랑 그 자체를 느끼는 때보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사랑을 끄집어 내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이 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연애뿐만 아니라 많은 일에 그런 면이 있지요. 끝나고 나서야 분명해지는 것이. 난 소설을 쓸 때 그런 생각을 해요. 쓰고 나서야 비로소 정착하는 것이 있지요.
'사랑의 곤란함은 정말 사랑받고 있을 때 또는 정말 사랑하고 있을 때 분노나 욕망에 눈이 멀어 사랑의 깊은 부분을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 결혼한 상대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불륜이라고 ㅎ나다면, 그것은 약속을 깨뜨린 것이 아니라 사랑이 다른 곳으로 이행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굳은 약속을 했다 한들 상대에게 달리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에게 왜 약속을 어기느냐고 구속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내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자책할 것입니다.
202. 결혼을 하고도 적당히 사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사랑하지 않는데 여기저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아내나 남편이나 달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부부로서 연기를 하는 그런 세계. 그렇게 적당히 사랑하는 편이 풍파도 일지 않을 테니 편안하긴 할 겁니다.
216. 다만, 내가 여기서 사랑의 고통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랑은 홀로 설 때 비로소 공존도 지속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홀로서기가 중요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제각기 홀로 설 때, 비로소 그 사랑은 완성되기 때문이지요.
225. 어느 사랑을 선택하든 자신에게 거짓이 없다면, 최종적으로는 모든 것을 납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36. 나는 배신당하는 것도 인생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배신한 인간은 신이 내 인생을 위해 보내 준 교육자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용서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245. 인간은 고독 속에 살고, 고독 속에 죽는 존재가 아닐까요.
친구는 그 입구에 있고, 연인은 다음 단계에 있고, 결혼은 마지막 황무지가 될 것입니다. 최후의 황무지에 꽃이 피어 마침내 꽃의 들판이 된다면 그 사람의 일생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누구든 황무지에 꽃을 피우고 싶을 겁니다. 그런 꿈을 가지고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니까요.
250. 내가 바라는 것은 내내 사이좋게 같이 있는 것, 아주 단순하죠. 그게 가장 좋아요. 자기들에게 가장 옳은 방법- 쾌적하고 자유롭고-을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요.
256. 평생 손목시계를 차지 않고 살아온 나이기에, 시간이나 제도나 세간의 상식 따위에 구속된 채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지 않습니다.
265. 이상적인 죽음이란, 죽음과 화해하는 것이며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70. 난 이 세상에 영원이 있다고, 절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순간적이긴 하겠지만 그 한 순간 속에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271.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죽고 싶어요.
276. 연애는 개념의 파괴니까, 인생을 건설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랑과는 다른 것이죠. 그 점이 재미있지 않나요. 연애에 빠지면 옷깃을 여미고 끝까지 빠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랑을 지나 죽고 싶습니다.
아마도 연애를 하면 냉정함을 잃어버리고 마는 그런 느낌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19. 즉, 연애란 자기를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멀어버리는 현상입니다. 잘 안다는 것이 전혀 모른다는 것과 비슷하듯...
28. 지난번에 어떤 여성지의 인터뷰에서 연애는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나는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남자를 원합니다. 그 남자, 그 사람을 좋아하죠. 그래서 그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관찰자로서 연애를 좋아하는 것이고, 실천적으로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41. 공허함에 빠진 사람은 그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가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나는 미래에 희망을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두렵고 불안한 나날들이었습니다.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어떤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자고.
42. 미래를 믿지 않고 늘 영원한 현재만을 바라보며 살아가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사랑에 대한 경험이나 동경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벼락이 치는 듯한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연애로 살아가는 길에 더 이끌렸던 것입니다.
44. 성격이 다르다고 결혼 못할 것도 없습니다. 인간이란 제각기 성격이 다르지 않습니까. 성격이 다른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이혼의 진짜 이유는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이나 연정이 현실 생활에 밀려 없어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46. 연애를 하려면 겨울 하늘에서 작열하는 불꽃처럼 격렬하면서도 찰나적인 것이 가장 좋고, 사랑은 무상의 사랑이 가장 좋습니다. 연애에는 어딘지 모르게 이해타산의 감정이 깔려 있기에 더욱이 한번 불이 붙었다 하면 높고 찬란하게 활활 타오를 수 있지만, 무상의 사랑에는 이해타산 같은 불순물이 없는 만큼 어떤 고난과 고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해타산으로 사랑을 가늠한다면 참 고단한 일이겠지요.
47. 연애는 입구로 들어가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규칙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애를 시작하면서 모든 사람이 공통 개념에 사로잡혀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그 개념에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일 아닐까요. 그런 공통 개념 같은 것은 하나도 없잖아요. 질서도 규칙도 자기와 상대 사이에만 있는 거잖아요.
50. '외톨이'라고 혹은 '나 스스로 해야지.' 하고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실제로는 모두들 혼자예요. 그래서 어쩔 줄 모르죠, 그 어쩔 줄 모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자기 의지로 나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거기서 중요한 것은 추상적인 정보를 근거로 행동할 것인가, 스스로 결정하여 행동할 것인가입니다. 그 길에 레일은 없어요.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어쩔 줄 모르게 되지만 '저 쪽이 앞' 이라는 믿음이 어디서 온 거지? 란 물음을 끝까지 놓고 싶지 않아요, 난.
52. 어른이 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른이 된다'고 말할 때 그건 황무지에 서는 것을 의미해요. 황무지에 서 있으면 다른 사람과 비교할 거리가 없지요. 그럼 불행도 없고요. 그래서 어른이 된 나는 이렇게 태평하게 있을 수 있는 거예요.
53. 그 무렵 2년제 대학을 졸업한 나는 다니고 싶은 회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정말 어째야 좋을지 몰랐죠. 다들 어떻게 회사를 정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어요. 회사에 들어가 뭘 할지도 모르면서 왜 다들 회사에 들어가는지 의문이었죠.
68. '아니에요, 당신은 자유예요.' 라고 말하는 것을 고상하다 여기지 않아요. 당연하잖아요. '나는 이렇게 당신을 사랑한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당신이 내 곁에 없어도 괜찮다. 어디에 있든 당신을 사랑한다.' 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솔직하게 사실대로 말하자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지요. 물론 부담이 되고 싶지도 않고 그 사람이 그 사람답게 있어 주는 것이 고맙죠.
하지만 싫어요, 다른 사람을 보거나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싫어요. '우리는 이미 만났으니까, 다른 사람은 보지 말아요.' 라고 말하고 싶어요. 안 그래요? 그렇게 바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연애의 미덕이잖아요.
69. 사랑함에 준다는 것과 빼앗는다는 것은 동의어가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사랑이란 폭력적이죠. 무언가를 바라는 편이 겸허하고 친절한 것 아닐까 라고도 생각해요. 바랄 수 있으면 상대는 그에 대답하든지 안핟느지 선택할 수 있지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랑에 빠졌다면 상대방은 어떻게도 할 수 없어요. 그야말로 극단적인 폭력이죠. 보상이 없는 무상의 사랑 따위, 나는 전혀 고상하게 여기지 않아요.
75.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안녕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 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 돼
죽을 만큼 사랑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이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안녕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85. '사랑이 점점 정으로 바뀌는 법이지.' 또는 '새삼스럽게 무슨 사랑.' '남세스럽다.' 면서 사랑없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경우 물론 평화로운 정의 나날일 수는 있겠지만 사랑을 잃은 대신 얻은 정이라 생각하면 너무 서글프잖아요.
내가 싫은 것은 그것을 '종착점'으로 삼는 풍조. 앞에서 황무지에 대해 얘기했는데 질서가 있고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연애에서 시작해 사랑을 키우고, 정으로 바뀌고... 그러다 보면 '사랑 없는 정'을 종착점으로 여기게 되잖아요. 사랑이 없다 또는 사랑이 식었다고 해서 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그것이 종착점이라고 정해진 것도 아니잖아요? 조그만 소리로 투덜거리는 거예요, 난. 사랑이 성숙한다느니, 안정을 얻어간다느니, 그런 것 자체가 아무 근거도 없는데 말이에요.
103. 세상은 넓고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운명적인 만남이란 것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카나리아가 발견한 한 장의 광고지 속에 모든 것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카나리아를 찾습니다."
106. 어떤 사람이든, 어떤 연애든, 어떤 상황이든, 온 세계와 온 우주에 비교한다면 새장입니다. 하지만, 나올 필요가 없어요, 거기에 모든 것이 있으니까. 그것이 바로 연애의 본질. 그 장소에서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 연애이고, 어떤 사람이 지금까지 전 인생을 바쳐 쌓아온 세계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이 연애입니다.
109. 문제는 지배당하는 데 만족하는 사람이죠. 즉 지배당하는 것 자체를 기분 좋게 생각하고, 조용히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좀... 나만의 존재가 되어 주기를 원하기에 속박하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속박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싫습니다. 세상에 이런 모순이! 속박당하고 있을 때도, 늘 속박에서 벗어나 은밀히 자유롭고 싶어하는 사람이 좋습니다. 이 '은밀히'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골적으로 '나는 자유롭고 싶어.'하고 말하면 멋이 없지 않습니까. 어느 날 문득 어디론가 가버릴 것처럼 아슬아슬해 보이면서도 일부로 속박을 즐거워하는 척 가장하는 '교활한' 여자가 좋습니다.
110. 이런 구제할 길 없는 남자를 멋지게 조종할 수 있는 여자에게 나는 동경과 매력을 느낍니다. 잘난 척하는 남자를 잘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늘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상대가 가진 이기주의의 힘을 이용하여 가능한 한 유리한 게임을 진행시킬 정도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아껴가면서 드러내야 합니다. 다만, 절실한 순간에 그것을 드러내는 거지요. 그런 여자 앞이만 난 이미 끝장이라고 해야겠지요.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14. 누군가의 여자란 자각은 속박당하고 있다는 자각일 수도 있지요. 그의 소유물이란 믿음. 그 사람의 일부, 그 사람 것이고 싶으니까. 이런 긍정적인 속박도 있어요. 사전적인 뜻에는 갇힌다, 묶인다는 부정적인 면밖에 없지만 긍정적으로 풀이하면 그 사람의 품안에 있다, 그사람의 영향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다는 뜻이니까, 바라 마지않는 일이죠.
122. 꽃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한 순간입니다. 자신의 청춘을 그런 꽃과 똑같이 생각하고, 이미 꽃은 저버렸으니 이제 늙어갈 따름이라고 체념해 버립니다. 이 체념이 위험한 것입니다.
인간은 꽃이 아닙니다. 젊음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이 아니면 아름다울 수 없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왜 꽃이 아닌 돌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을까요. 갈면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흑요석이나 수정, 다이아몬드에 자신의 모습을 비유해 보지 않을까요.
123. 그 할머니는 명랑하고 낙천적이며 싹싹한 성격을 가졌고 아직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마지막 순간까지 인생을 버리지 않으면 저절로 아름다워지고 사랑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을 배우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사랑을 해왔는가.'라는 과정이야 말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125. 나는 몇 살까지는 살고 싶지만 당장 죽어도 상관은 없어요. 당장 죽어도 좋고, 오래오래 살아도 좋고.
128. '보이고 싶은 자기'란 연기거나 연출이어도 상관없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보이는 모습은 즉 그가 내게 보이고 싶어하는 모습이라고 이해하니까. 뭐 그런 모습을 내가 좋아하니까 사랑에 빠지는 것이죠.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표출한 것을 좋다고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나는 그것들을 믿어요. 설령 그것이 가장된 모습이었다 해도 그가 나를 위해 만들어 낸 모습이니까 상관없어요. 내게 진실은 어디까지나 하나니까.
143. 에너지는 소비하지 않으면 축적되지 않는다. ...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마냥 쉬고만 있어 봐야 회복되지 않는다.
성가시고 귀찮아도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나가지 않으면 에너지는 얻을 수 없어요. 연애를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죠, 그런데 연애는 하면 할수록 새로운 에너지를 생산해요.
194. '나는, 인간이 가장 사랑을 느끼는 때는 사랑 그 자체를 느끼는 때보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사랑을 끄집어 내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이 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연애뿐만 아니라 많은 일에 그런 면이 있지요. 끝나고 나서야 분명해지는 것이. 난 소설을 쓸 때 그런 생각을 해요. 쓰고 나서야 비로소 정착하는 것이 있지요.
'사랑의 곤란함은 정말 사랑받고 있을 때 또는 정말 사랑하고 있을 때 분노나 욕망에 눈이 멀어 사랑의 깊은 부분을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 결혼한 상대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불륜이라고 ㅎ나다면, 그것은 약속을 깨뜨린 것이 아니라 사랑이 다른 곳으로 이행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굳은 약속을 했다 한들 상대에게 달리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에게 왜 약속을 어기느냐고 구속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내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자책할 것입니다.
202. 결혼을 하고도 적당히 사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사랑하지 않는데 여기저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아내나 남편이나 달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부부로서 연기를 하는 그런 세계. 그렇게 적당히 사랑하는 편이 풍파도 일지 않을 테니 편안하긴 할 겁니다.
216. 다만, 내가 여기서 사랑의 고통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랑은 홀로 설 때 비로소 공존도 지속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홀로서기가 중요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제각기 홀로 설 때, 비로소 그 사랑은 완성되기 때문이지요.
225. 어느 사랑을 선택하든 자신에게 거짓이 없다면, 최종적으로는 모든 것을 납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36. 나는 배신당하는 것도 인생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배신한 인간은 신이 내 인생을 위해 보내 준 교육자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용서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245. 인간은 고독 속에 살고, 고독 속에 죽는 존재가 아닐까요.
친구는 그 입구에 있고, 연인은 다음 단계에 있고, 결혼은 마지막 황무지가 될 것입니다. 최후의 황무지에 꽃이 피어 마침내 꽃의 들판이 된다면 그 사람의 일생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누구든 황무지에 꽃을 피우고 싶을 겁니다. 그런 꿈을 가지고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니까요.
250. 내가 바라는 것은 내내 사이좋게 같이 있는 것, 아주 단순하죠. 그게 가장 좋아요. 자기들에게 가장 옳은 방법- 쾌적하고 자유롭고-을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요.
256. 평생 손목시계를 차지 않고 살아온 나이기에, 시간이나 제도나 세간의 상식 따위에 구속된 채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지 않습니다.
265. 이상적인 죽음이란, 죽음과 화해하는 것이며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70. 난 이 세상에 영원이 있다고, 절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순간적이긴 하겠지만 그 한 순간 속에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271.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죽고 싶어요.
276. 연애는 개념의 파괴니까, 인생을 건설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랑과는 다른 것이죠. 그 점이 재미있지 않나요. 연애에 빠지면 옷깃을 여미고 끝까지 빠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랑을 지나 죽고 싶습니다.
Tuesday, December 31, 2013
에쿠니 가오리- 반짝반짝 빛나는: 2013. 12. 31
56. 눈치빠르게 먼저 방에 들어가서 나는 무츠키의 침대에 다림질을 하였다. 이런 겨혼 생활도 괜찮다, 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79. 새로운 하루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무츠키의 기본 방침이다.
119. 내 눈꺼풀을 살며시 만지면서 무츠키는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말한다. 내가 깨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마치 물의 우리처럼, 부드러운데 움직일 수 없다. 무츠키는 내 기분을, 나는 무츠키의 기분을, 이렇듯 또렷하게 알 수 있다. 하네기를 불러낸 일로도, 휴대폰이 울린 일로도, 나는 이미 무츠키를 비난할 수 없다. 눈꺼풀에 느껴지는 무츠키의 손가락. 왜 우리는 이렇게 늘 서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일까.
129. 미즈호가, 나한테 아내로서의 자각이 부족하다고 그랬어. 나한테 필요한 것은 상식이 아니라 오히려 자각이라고.
138. 눈을 뜨자, 블라인드로 새어드는 햇살이 시트에 줄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타올이불을 걷어차고 몸을 뒤척이면서 엎드려 두 손을 베개 밑에 집어넣는다. 무츠키는 벌써 나간 모양이다. 옆 침대는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고, 나는 멍하니 방 안을 바라본다. 빛이 비치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공기 중의 미세한 먼지들. 여름 날의 아침은 왠지 무척 나른하다.
거실은 에어컨이 적당한 온도로 켜져 있고, 휑했다. 배경 음악으로는 프레스코발디의 오르간 곡이 흐르고 있다. 어항에는 금붕어, 냉장고에는 차가운 샐러드, 방 안은 밝고, 하얗고, 모든 것이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나는 멍한 머리로, 잠시 거기에 서 있었다.
152. 시간은 흐르고, 사람도 흘러가. 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야.
79. 새로운 하루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무츠키의 기본 방침이다.
119. 내 눈꺼풀을 살며시 만지면서 무츠키는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말한다. 내가 깨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마치 물의 우리처럼, 부드러운데 움직일 수 없다. 무츠키는 내 기분을, 나는 무츠키의 기분을, 이렇듯 또렷하게 알 수 있다. 하네기를 불러낸 일로도, 휴대폰이 울린 일로도, 나는 이미 무츠키를 비난할 수 없다. 눈꺼풀에 느껴지는 무츠키의 손가락. 왜 우리는 이렇게 늘 서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일까.
129. 미즈호가, 나한테 아내로서의 자각이 부족하다고 그랬어. 나한테 필요한 것은 상식이 아니라 오히려 자각이라고.
138. 눈을 뜨자, 블라인드로 새어드는 햇살이 시트에 줄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타올이불을 걷어차고 몸을 뒤척이면서 엎드려 두 손을 베개 밑에 집어넣는다. 무츠키는 벌써 나간 모양이다. 옆 침대는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고, 나는 멍하니 방 안을 바라본다. 빛이 비치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공기 중의 미세한 먼지들. 여름 날의 아침은 왠지 무척 나른하다.
거실은 에어컨이 적당한 온도로 켜져 있고, 휑했다. 배경 음악으로는 프레스코발디의 오르간 곡이 흐르고 있다. 어항에는 금붕어, 냉장고에는 차가운 샐러드, 방 안은 밝고, 하얗고, 모든 것이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나는 멍한 머리로, 잠시 거기에 서 있었다.
152. 시간은 흐르고, 사람도 흘러가. 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야.
Monday, December 30, 2013
에쿠니 가오리- 달콤한 작은 거짓말: 2013. 12. 31
38. 정말 반가워하는 얼굴이다. 여자는 이렇듯 자기감정을 주저 없이 드러내는 용감한 생물이라는 것을, 사토시는 오랜만에 떠올렸다.
49. 사토시와 결혼하기 이전의 루리코를 잘 알면서 지금의 루리코를 알지 못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것은 루리코가 결혼하고 나서 발견한 것 중 하나이다.
59. 세상에는 참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구나, 하고 루리코는 감탄했다. 서른 살이 다 되어 번역가를 꿈꾸는 남자도, 연인을 위해 봉제 인형을 찾아다니는 남자도, 딱 두 번 만났을 뿐인 테디 베어 작가를 식사에 초대하는 남자도, 루리코는 난생 처음이었다.
63. 굶주림.문득 깨달았다. 사랑이 아니라 굶주림이다.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게임을 하는 남편 옆에 붙어 앉아 있는 것도.
깨닫고 보니 정말 온전히 납득이 간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사토시에게 굶주려 있다. 기아 상태. 그 생각은 루리코에게 크나큰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70. 난 당신 회사에도 책상에도, 상사에게도 동료에게도, 술집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여자에게도 질투를 느껴.
73. 쓰가와는 루리코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둘 다 아무 말 없었지만 어색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평온하고 마음 편한, 오랜만에 맛보는 해방감이었다고 루리코는 생각한다.
신기하게도 루리코는, 이것이 자신과 쓰가와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토시와도, 까맣고 긴 머리를 한 쓰가와의 여자 친구와도 아무 상관 없는, 이곳만의 일.
78.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둘이 살면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탓인지, 사토시는 다른 사람과- 아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거북해지는 구석이 있었다.
80. 애당초, 혼자인 게 편하고 다른 사람과 일정한 기를ㄹ 두는 것도 쾌적함을 위한 필수 요소라 여기는 듯한 면이야말로 사토시와 루리코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었다.
친구란 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
93. 대꾸한 사토시는 자신도 뭔가 말해야 할 것 같았지만 할 만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어 잠자코 있었다. 회사에 갔다가 퇴근해 다시 회사에서 돌아오는, 그게 전부인 하루.
95. 남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는 것 또한 잠자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루리코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97. 이러고 있으면 거역할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루리코는 생각한다. 이대로 잠들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99. 스토리는 딱 한 번뿐이라서 아름다운 거예요. 우리 인생처럼.
116. 침대 시트 안에서 하루오는 토라진 얼굴로 물었다. 그 얼굴이 루리코는 좋았다. 말과 감정과 표정이 이어져 있다. 그것은 편안함을 안겨준다.
121. 시호는 확실히 귀엽지만, 시호와 함께 있으면 사토시는 왜 그런지 루리코의 좋은 점만 떠오른다.
125. "나 연애해." "That's normal." "하고 싶지 않은데." "하고 싶지 않아? 왜?" "사실은, 남편만 사랑하고 싶어." "난감하네."
131. 무딘 남자일수록 시시한 여자한테 낚이니까.
138. 대화는 신기할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졌다. 숨겨야 할 일이 있다 보니 해야 할 이야기도 절로 술술 나온다.
150. 사이는 좋지만 대화가 별로 없는 걸. 마음속으로 덧붙인다. 내가 오늘 어떤 일을 했는지도, 하루오는 알지만 사토시는 알지 못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도, 보이는 대로 독파해버리는 추리소설 작가 이름도.
155. 하루오를 생각했다.
얼른 도쿄로 돌아가 하루오를 보고 싶다, 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사토시 곁에 있을 때면 루리코에게 하루오의 존재는 전혀 현실감이 없다. 이 세상에 쓰가와 하루오라는 남자가 정말로 존재하기는 하는지, 천장의 통나무를 노려보며 루리코는 생각했다. 천장의 통나무는 확실히 존재한다.
162. 침대는 눈앞에 있고, 모든 것이 너무나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처음 본 이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마치 이렇게 될 것을 학창 시절부터 알았던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시호는 사토시가 잊고 있던 무언가였다.
177. 시호의 쾌할함은 자신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작은 냇물이라고 사토시는 생각한다. 이 냇물만 있으면 루리코의 섬세함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179.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영영 못 돌아갈지도 몰라. 그게 두려워서 가는 거야." "그럼, 못 돌아가면 되겠네." 말을 꺼내기 무섭게 하루오는 막무가내로 루리코를 끌어당겨 안았다. "돌아갈 수 없다면, 안 돌아가면 돼."
184. 시호와 함께 왔던 가게에 루리코를 데려오는 행위는 시호에게 못할 짓일까 루리코에게 못할 짓일까. 아마도 양쪽 모두에게 못할 짓이지 싶었지만 사토시에게는 죄책감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이제는 두 여자 모두 소중했다.
185. 사토시는 말이 없다. 변변히 먹지도 않는다. 그것은 어제오늘 시작된 일은 아니다. 가게를 나와 역까지 걷는 동안, 루리코는 그것에 대해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하루오와 식사할 때와 같은 행복을 사토시에게 바라는 것은 잘못이다. 사토시는 온화하다. 사토시는 성실하다. 그건 루리코도 알고 있었다.
187. 하루의 시작. 이런 일상에 불만은 없다고 루리코는 생각한다. 쓸쓸함은 아마도 인간이 안은 근원적인 문제이지 사토시 탓은 아닐 것이다. 자기 스스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가- 설사 남편이라도- 구원해줄 수 있는 성격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토시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깎으면서 루리코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하루오와 함께 있을 때 쓸쓸하지 않은 것은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토록 충만감에 사로잡히고 마는 것은.
194. 머리맡 라디오에서 고리타분한 테크노 팝이 흘러나온다.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침대까지 와 닿아 뺨을 어루만지는 듯한 기분이다. 하루오의 방은 숲 속 같다고 ,루리코는 생각했다.
196. "왜 거짓말을 못하는지 알아?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
203. 요즘 루리코는 매 순간 흔들린다. 이 집에 있을 때는 사토시가 전부인 듯 느껴지고 하루오와 헤어지려 마음먹는다. 반대로 하루오 곁에 있을 때는 하루오만 있으면 될 것 같고 사토시와 헤어지고 싶어진다. 내게는 생각이란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고, 뺨을 괴고 앉아 베어 하나를 바라보면서 루리코는 생각한다. 나는 눌 눈앞의 일만으로도 힘겨워지고 만다.
208. 하루오의 인격이 좋았다. 하루오의 인격이 깃든 모든 것, 사소한 표정 변화며 팔이며 입술, 체온, 정강이, 머리카락, 그리고 감정에 솔직한 그 목소리가 좋았다.
215. 루리코는 잘 모르겠다. 펑펑 울고 나면 과연 후련해질까.
하루오가 만드는 공기, 하루오가 선택하는 언어, 그 방에서 마시는 커피. 하루오의 손목뼈, 발바닥 모양. 목이 좀 늘어난 티셔츠 사이로 엿보이는 쇄골. 갑자기 활짝 웃는 얼굴. 토라진 말투, 담배를 피울 때 찡그리는 눈썹. 루리코를 끌어안는 힘 있는 팔, 입술이 녹고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키스, 하루오의 살냄새.
하나하나 떠올릴 때마다 현기증이 난다.
227. 둘이 있어도 외롭지만, 그럼에도 둘이 있고 싶은 것.
49. 사토시와 결혼하기 이전의 루리코를 잘 알면서 지금의 루리코를 알지 못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것은 루리코가 결혼하고 나서 발견한 것 중 하나이다.
59. 세상에는 참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구나, 하고 루리코는 감탄했다. 서른 살이 다 되어 번역가를 꿈꾸는 남자도, 연인을 위해 봉제 인형을 찾아다니는 남자도, 딱 두 번 만났을 뿐인 테디 베어 작가를 식사에 초대하는 남자도, 루리코는 난생 처음이었다.
63. 굶주림.문득 깨달았다. 사랑이 아니라 굶주림이다.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게임을 하는 남편 옆에 붙어 앉아 있는 것도.
깨닫고 보니 정말 온전히 납득이 간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사토시에게 굶주려 있다. 기아 상태. 그 생각은 루리코에게 크나큰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70. 난 당신 회사에도 책상에도, 상사에게도 동료에게도, 술집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여자에게도 질투를 느껴.
73. 쓰가와는 루리코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둘 다 아무 말 없었지만 어색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평온하고 마음 편한, 오랜만에 맛보는 해방감이었다고 루리코는 생각한다.
신기하게도 루리코는, 이것이 자신과 쓰가와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토시와도, 까맣고 긴 머리를 한 쓰가와의 여자 친구와도 아무 상관 없는, 이곳만의 일.
78.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둘이 살면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탓인지, 사토시는 다른 사람과- 아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거북해지는 구석이 있었다.
80. 애당초, 혼자인 게 편하고 다른 사람과 일정한 기를ㄹ 두는 것도 쾌적함을 위한 필수 요소라 여기는 듯한 면이야말로 사토시와 루리코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었다.
친구란 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
93. 대꾸한 사토시는 자신도 뭔가 말해야 할 것 같았지만 할 만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어 잠자코 있었다. 회사에 갔다가 퇴근해 다시 회사에서 돌아오는, 그게 전부인 하루.
95. 남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는 것 또한 잠자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루리코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97. 이러고 있으면 거역할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루리코는 생각한다. 이대로 잠들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99. 스토리는 딱 한 번뿐이라서 아름다운 거예요. 우리 인생처럼.
116. 침대 시트 안에서 하루오는 토라진 얼굴로 물었다. 그 얼굴이 루리코는 좋았다. 말과 감정과 표정이 이어져 있다. 그것은 편안함을 안겨준다.
121. 시호는 확실히 귀엽지만, 시호와 함께 있으면 사토시는 왜 그런지 루리코의 좋은 점만 떠오른다.
125. "나 연애해." "That's normal." "하고 싶지 않은데." "하고 싶지 않아? 왜?" "사실은, 남편만 사랑하고 싶어." "난감하네."
131. 무딘 남자일수록 시시한 여자한테 낚이니까.
138. 대화는 신기할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졌다. 숨겨야 할 일이 있다 보니 해야 할 이야기도 절로 술술 나온다.
150. 사이는 좋지만 대화가 별로 없는 걸. 마음속으로 덧붙인다. 내가 오늘 어떤 일을 했는지도, 하루오는 알지만 사토시는 알지 못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도, 보이는 대로 독파해버리는 추리소설 작가 이름도.
155. 하루오를 생각했다.
얼른 도쿄로 돌아가 하루오를 보고 싶다, 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사토시 곁에 있을 때면 루리코에게 하루오의 존재는 전혀 현실감이 없다. 이 세상에 쓰가와 하루오라는 남자가 정말로 존재하기는 하는지, 천장의 통나무를 노려보며 루리코는 생각했다. 천장의 통나무는 확실히 존재한다.
162. 침대는 눈앞에 있고, 모든 것이 너무나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처음 본 이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마치 이렇게 될 것을 학창 시절부터 알았던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시호는 사토시가 잊고 있던 무언가였다.
177. 시호의 쾌할함은 자신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작은 냇물이라고 사토시는 생각한다. 이 냇물만 있으면 루리코의 섬세함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179.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영영 못 돌아갈지도 몰라. 그게 두려워서 가는 거야." "그럼, 못 돌아가면 되겠네." 말을 꺼내기 무섭게 하루오는 막무가내로 루리코를 끌어당겨 안았다. "돌아갈 수 없다면, 안 돌아가면 돼."
184. 시호와 함께 왔던 가게에 루리코를 데려오는 행위는 시호에게 못할 짓일까 루리코에게 못할 짓일까. 아마도 양쪽 모두에게 못할 짓이지 싶었지만 사토시에게는 죄책감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이제는 두 여자 모두 소중했다.
185. 사토시는 말이 없다. 변변히 먹지도 않는다. 그것은 어제오늘 시작된 일은 아니다. 가게를 나와 역까지 걷는 동안, 루리코는 그것에 대해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하루오와 식사할 때와 같은 행복을 사토시에게 바라는 것은 잘못이다. 사토시는 온화하다. 사토시는 성실하다. 그건 루리코도 알고 있었다.
187. 하루의 시작. 이런 일상에 불만은 없다고 루리코는 생각한다. 쓸쓸함은 아마도 인간이 안은 근원적인 문제이지 사토시 탓은 아닐 것이다. 자기 스스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가- 설사 남편이라도- 구원해줄 수 있는 성격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토시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깎으면서 루리코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하루오와 함께 있을 때 쓸쓸하지 않은 것은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토록 충만감에 사로잡히고 마는 것은.
194. 머리맡 라디오에서 고리타분한 테크노 팝이 흘러나온다.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침대까지 와 닿아 뺨을 어루만지는 듯한 기분이다. 하루오의 방은 숲 속 같다고 ,루리코는 생각했다.
196. "왜 거짓말을 못하는지 알아?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
203. 요즘 루리코는 매 순간 흔들린다. 이 집에 있을 때는 사토시가 전부인 듯 느껴지고 하루오와 헤어지려 마음먹는다. 반대로 하루오 곁에 있을 때는 하루오만 있으면 될 것 같고 사토시와 헤어지고 싶어진다. 내게는 생각이란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고, 뺨을 괴고 앉아 베어 하나를 바라보면서 루리코는 생각한다. 나는 눌 눈앞의 일만으로도 힘겨워지고 만다.
208. 하루오의 인격이 좋았다. 하루오의 인격이 깃든 모든 것, 사소한 표정 변화며 팔이며 입술, 체온, 정강이, 머리카락, 그리고 감정에 솔직한 그 목소리가 좋았다.
215. 루리코는 잘 모르겠다. 펑펑 울고 나면 과연 후련해질까.
하루오가 만드는 공기, 하루오가 선택하는 언어, 그 방에서 마시는 커피. 하루오의 손목뼈, 발바닥 모양. 목이 좀 늘어난 티셔츠 사이로 엿보이는 쇄골. 갑자기 활짝 웃는 얼굴. 토라진 말투, 담배를 피울 때 찡그리는 눈썹. 루리코를 끌어안는 힘 있는 팔, 입술이 녹고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키스, 하루오의 살냄새.
하나하나 떠올릴 때마다 현기증이 난다.
227. 둘이 있어도 외롭지만, 그럼에도 둘이 있고 싶은 것.
Sunday, December 29, 2013
Michael Ende- The Neverending Story: 2013. 12. 30
127. Humans live by beliefs. And beliefs can be manipulated. The power to manipulate beliefs is the only thing that counts.
When your turn comes to jump into the Nothing, you too will be a nameless servant of power, with no will of your own. Who knows what use they will make of you? Maybe you'll help them persuade people to buy things they don't need, or hate things they know nothing about, or hold beliefs that make them easy to handle, or doubt the truths that might save them.
The human world is full of weak-minded people, who think they're as clever as can be and are convinced that it's terribly important to persuade even the children that Fantastica doesn't exist.
He now realized that not only was Fantastica sick, but the human world as well. The two were connected. He had always felt this, though he could not have explained why it was so. He had never been willing to believe that life had to be as gray and dull as people claimed. He heard them saying: 'Life is like that,' but he couldn't agree. He never stopped believing in mysteries and miracles.
149. Only the right name gives beings and things their reality. A wrong name makes everything unreal. That's what lies do.
200. You must go from wish to wish. What you don't wish for will always be beyond your reach. That is what the words 'far' and 'near' mean in Fantastica. And wishing to leave a place is not enough. You must wish to go somewhere else and let your wishes guide you.
201. It means that you must do what you really and truly want. And nothing is more difficult.
By going the way of your wishes, from one to another, from first to last. It will take you to what you really and truly want.
It requires the greatest honesty and vigilance, because there's no other journey on which it's so easy to lose yourself forever.
323. Without a past you can't have a future.
368. He drank till his thirst was quenched. And joy filled him from head to foot, the joy of living and the joy of being himself. He was newborn. And the best part of it was that he was now the very person he wanted to be. If he had been free to choose, he would have chosen to be no one else. Because now he knew that there were thousands and thousands of forms of joy in the world, but that all were essentially one and the same, namely, the joy of being able to love.
When your turn comes to jump into the Nothing, you too will be a nameless servant of power, with no will of your own. Who knows what use they will make of you? Maybe you'll help them persuade people to buy things they don't need, or hate things they know nothing about, or hold beliefs that make them easy to handle, or doubt the truths that might save them.
The human world is full of weak-minded people, who think they're as clever as can be and are convinced that it's terribly important to persuade even the children that Fantastica doesn't exist.
He now realized that not only was Fantastica sick, but the human world as well. The two were connected. He had always felt this, though he could not have explained why it was so. He had never been willing to believe that life had to be as gray and dull as people claimed. He heard them saying: 'Life is like that,' but he couldn't agree. He never stopped believing in mysteries and miracles.
149. Only the right name gives beings and things their reality. A wrong name makes everything unreal. That's what lies do.
200. You must go from wish to wish. What you don't wish for will always be beyond your reach. That is what the words 'far' and 'near' mean in Fantastica. And wishing to leave a place is not enough. You must wish to go somewhere else and let your wishes guide you.
201. It means that you must do what you really and truly want. And nothing is more difficult.
By going the way of your wishes, from one to another, from first to last. It will take you to what you really and truly want.
It requires the greatest honesty and vigilance, because there's no other journey on which it's so easy to lose yourself forever.
323. Without a past you can't have a future.
368. He drank till his thirst was quenched. And joy filled him from head to foot, the joy of living and the joy of being himself. He was newborn. And the best part of it was that he was now the very person he wanted to be. If he had been free to choose, he would have chosen to be no one else. Because now he knew that there were thousands and thousands of forms of joy in the world, but that all were essentially one and the same, namely, the joy of being able to love.
에쿠니 가오리- 도쿄 타워: 2013. 12. 29
15. 자신의 일은 자신이 결정해라. 결정했으면 행동으로 보여라.
36.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 성격이나 외모에 앞서 우선 공기가 있어. 그 사람이 주변에 발하는 공기. 나는, 그런 동물적인 것을 믿어.
47. 유부녀를 유혹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때도 지금도, 코우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즐거움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은밀한 즐거움에,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에.
54.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
58. 토오루는 드디어 자신도 자신만의 생활을 찾아냈다고 느낀다. 그것은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지와 있을 때의 자신도, 어머니와 있을 때의 자신도, 코우지와 있을 때의 자신도 아닌, 전혀 다른 자신이 존재했다. 집에 있는 시간도, 학교에 잇는 시간도 아닌, 전혀 다른 시간을 발견한 것이기도 했다. 시후미와의 시간.
토오루는 그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자신을 비로소 발견했고, 그러한- 본래의 자신일 수도 있는-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 자연스럽고 자유롭고 행복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은 '시후미로 인하여 존재하고 있다.'
61. 그러나 오늘밤의 토오루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시후미 얘기를 아버지에게 할 생각은 물론 없었지만, 시후미의 존재가 자신을 느긋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느긋하게, 아버지와 대등한 존재로서.
114. 가능성만으로 매사를 걱정한다면 한도 끝도 없다.
115.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143. 여자는 대체 왜 이리 제멋대로 일까. 사람에겐 각자 개인 사정이 있다는 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아간다. 어린애도 알만한 일을.
163. 아버지가 싫지는 않지만, 아버지와 이야기할 때면 어쩐지 겉도는 느낌이었다. 말이 말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 같은.
164. 토오루는 시후미와 함께가 아니면, 무슨 말을 주고받든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후미에 대해서만, 자신의 말이 제대로 기능한다. 시후미와 함께가 아니면 식사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169. 내내 보고 싶었던 사람이 곁에 있다.
토오루는 그 사실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었다. '주말'도 '별장'도, 멀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줄곧 보고 싶었다. 시후미만을 생각했다. 시후미가 읽은 책을 읽고, 시후미가 듣던 음악을 들었다. 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정신이 돌아버린 건지도 모른다고.
185. 시후미는 끼여드는 일 없이 잠자코 듣고 있었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시간도 장소도 알 수 없게 되어 가는 듯한. 가게 안의 공기와 바깥과는 전혀 다른 밀도에서 흐르고 있는 듯한. 도쿄며 고등학교며, 유리며 코우지는 마치 먼 이야기 속 일 인양 느껴졌다. 이 세상에 자신과 시후미 두 사람만 이 존재하고 있다. 토오루는 그렇게 생각하고, 거의 현기증이 날만큼 행복을 느꼈다.
238. 의지나 노력은 발휘할 방향이 정해지고 나서 발휘해야 한다.
301.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지만, 키미코를 잃었다기보다 자기 자신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36.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 성격이나 외모에 앞서 우선 공기가 있어. 그 사람이 주변에 발하는 공기. 나는, 그런 동물적인 것을 믿어.
47. 유부녀를 유혹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때도 지금도, 코우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즐거움에 굶주려 있는 것이다. 은밀한 즐거움에,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에.
54.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
58. 토오루는 드디어 자신도 자신만의 생활을 찾아냈다고 느낀다. 그것은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지와 있을 때의 자신도, 어머니와 있을 때의 자신도, 코우지와 있을 때의 자신도 아닌, 전혀 다른 자신이 존재했다. 집에 있는 시간도, 학교에 잇는 시간도 아닌, 전혀 다른 시간을 발견한 것이기도 했다. 시후미와의 시간.
토오루는 그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자신을 비로소 발견했고, 그러한- 본래의 자신일 수도 있는-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 자연스럽고 자유롭고 행복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은 '시후미로 인하여 존재하고 있다.'
61. 그러나 오늘밤의 토오루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시후미 얘기를 아버지에게 할 생각은 물론 없었지만, 시후미의 존재가 자신을 느긋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느긋하게, 아버지와 대등한 존재로서.
114. 가능성만으로 매사를 걱정한다면 한도 끝도 없다.
115.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143. 여자는 대체 왜 이리 제멋대로 일까. 사람에겐 각자 개인 사정이 있다는 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아간다. 어린애도 알만한 일을.
163. 아버지가 싫지는 않지만, 아버지와 이야기할 때면 어쩐지 겉도는 느낌이었다. 말이 말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 같은.
164. 토오루는 시후미와 함께가 아니면, 무슨 말을 주고받든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후미에 대해서만, 자신의 말이 제대로 기능한다. 시후미와 함께가 아니면 식사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169. 내내 보고 싶었던 사람이 곁에 있다.
토오루는 그 사실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었다. '주말'도 '별장'도, 멀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줄곧 보고 싶었다. 시후미만을 생각했다. 시후미가 읽은 책을 읽고, 시후미가 듣던 음악을 들었다. 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정신이 돌아버린 건지도 모른다고.
185. 시후미는 끼여드는 일 없이 잠자코 듣고 있었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시간도 장소도 알 수 없게 되어 가는 듯한. 가게 안의 공기와 바깥과는 전혀 다른 밀도에서 흐르고 있는 듯한. 도쿄며 고등학교며, 유리며 코우지는 마치 먼 이야기 속 일 인양 느껴졌다. 이 세상에 자신과 시후미 두 사람만 이 존재하고 있다. 토오루는 그렇게 생각하고, 거의 현기증이 날만큼 행복을 느꼈다.
238. 의지나 노력은 발휘할 방향이 정해지고 나서 발휘해야 한다.
301.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지만, 키미코를 잃었다기보다 자기 자신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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